나이가 들면 수면 패턴이 바뀌는 건 흔한 일이다. 밤잠이 줄고, 낮에 졸음이 잦아지는 걸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낮잠이 늘어나고 졸음이 많아지는 게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치매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팀은 80대 여성 733명을 대상으로 5년간 수면 패턴 변화를 추적 조사했는데, 낮 시간 졸음이 늘어나고 생체 리듬이 불안정한 그룹에서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잠이 늘어나는 게 왜 문제일까? 그리고 치매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낮잠과 치매, 정말 관련이 있을까?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손목 착용 장치를 제공해 수면 패턴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연구가 시작될 때 참가자들은 치매나 경도 인지 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였고, 연구팀은 이들의 밤 수면 시간, 주간 졸음 패턴, 생체 리듬 변화 등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 낮잠 시간이 길어진 그룹의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증가
• 밤 수면의 질 저하는 치매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 낮 동안의 졸음 증가와 생체 리듬 불안정이 치매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음
즉, 밤에 잠을 덜 자는 것보다 낮잠 시간이 늘어나는 게 치매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2. 낮잠이 많아지면 왜 치매 위험이 높아질까?
연구팀은 낮잠이 늘어나는 게 치매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뇌의 ‘각성 뉴런’ 손상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낮잠을 많이 자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뇌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뉴런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타우 단백질이 이러한 뉴런을 공격해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그 결과 뇌가 깨어 있으려는 기능이 약해지고 낮 동안 졸음이 심해지는 것이다.
생체 리듬의 불균형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리듬이 깨진다. 치매 환자의 경우 특히 낮과 밤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낮 동안 졸음이 많아지는 건 이 리듬이 불규칙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뇌 청소 기능 저하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낮잠 시간이 길어지고 밤에 깊은 잠을 못 자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단백질이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낮잠, 무조건 줄여야 할까?
낮잠이 많아지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낮잠을 아예 안 자는 게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연구에 따르면 3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은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낮잠은 30분 이내로 제한
•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 피하기
• 밤에는 최소 7~8시간 숙면하기
• 낮 동안 햇빛을 충분히 쬐고 신체 활동 늘리기
결국 낮잠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4. 낮잠이 많아졌다면 병원을 가야 할까?
평소보다 낮잠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바로 병원을 갈 필요는 없지만, 만약 다른 증상들도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과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 최근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
•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게 어렵다
• 집안일이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게 힘들어진다
• 길을 헷갈리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방향을 잃는다
• 성격 변화나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경도 인지 장애 또는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니 체크해 보는 게 좋다.
5. 결론! 낮잠, 적당하면 약이지만 많아지면 경고 신호
연구 결과를 보면, 낮잠이 많아지는 건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예전보다 낮잠 시간이 늘어나고, 하루 종일 졸음이 심해졌다면 한 번쯤 신경을 써볼 필요가 있다.
• 3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은 괜찮다
• 하지만 낮잠 시간이 길어지고 졸음이 잦다면 주의해야 한다
• 수면 패턴 변화가 심하다면 병원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다. 하루 종일 피곤해서 낮잠을 자야만 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혹시 최근 들어 낮잠이 늘었다면, 단순한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뇌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한 번쯤 체크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